신입사원에게 면접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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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어에는 영어와 결합된 단어가 많이 있다.

체리란이라는 도로에 위치한 단층 양옥을 사무실로 세 얻었는데 미얀마어로 체리란이라는 지명인 줄 알았더니 주소를 적어보니 Cherryroad를 체리란이라고 발음하는 것이었다.


체리란은 핀우린 시내에서 동쪽으로 길게 이어진 도로였는데 우기에는 길가에 심어진 벚나무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서 체리란으로 불렸다고 한다.


미얀마의 나무 종류는 너무 많고 다양해서 체리나무라고 해도 꽃의 색깔이나 생김새가 다 다르다.

분홍 보라 노랑 물어보면 다 체리라고 해서 헷갈린다. 아마 외국인인 나를 배려해서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묘목장에서 키운 묘목이 너무 잘 자라주어서 겁도 없이 땅을 알아보러 다니다 땅을 구입하였고 비즈니스 비자를 받으면 호텔이 아닌 사무실에서도 머물 수가 있어서 사무실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외국인이다 보니 그런 사무실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통역이 제안하는 곳에 따라가 분위기를 살피고 눈치를 살펴가며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는데 우선 직원들이 머물 숙소까지 겸한 곳을 찾는 것이어서 통역도 자신의 거처이니 민감하게 구하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만델레이에서 과자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계 미얀마인에게서 1년 계약으로 세를 얻었다.


부인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파마를 한 키카 큰 미인형이었는데 안방에서 쓰던 침대와 이불을 함께 구입해주길 원했다. 우리는 어차피 당장 쓸 침구나 침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마 하고 45만짯을 더 지불했다.


키가 큰 망고나무가 있는 마당은 아담했고 화단에는 따나카 나무가, 도자기 화분에는 탐스런 꽃기린이 심어져 있었다. 담장을 타고 능소화가 줄기를 뻗어 있었다.

농장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직원들의 면접을 보았다.



미얀마에서 회사를 설립해서 커피를 키워서 한국으로 가져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여러 파트의 직원들이 필요했고 당장 농장을 조성하고 커피를 관리하기 위한 일꾼들이 필요했다


아직 농업사회인 미얀마는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일자리가 부족해서 대도시로 와 일을 하고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친구나 가족들이 다른 사람을 또 데리고 와서 서로서로 모여사는 경우가 많다.


우리 농장에 근무할 직원들도 소개에 또 소개 이런 형태로 취업을 많이 한다.


우리 농장의 직원들도 바간 근처에서 혹은 메틸라 근처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으며 나이들도 비슷했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여직원이 다른 지역에 와서 숙식을 하려면 좀 까다로운 절차가 있는데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미얀마는 아직까지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이고 가부장적인 권위가 남아있어서 여성 직원이 회사 기숙사에서 숙식을 하는 일에 부모가 동의한다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번은 통역으로 일할 중국계 미얀마 여성 직원의 면접을 보는데 그 직원의 고향이 워낙 멀어서였는지 아니면 막내딸로 곱게 자라서인지 어머니, 이모, 언니까지 사무실에 와서 이방 저 방 문을 열어보고 화장실 문까지 열어보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마치 한국으로 인신매매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을까.


신입직원 면접이 아니라 우리가 그 직원의 가족들에게 면접을 본 날이었다.

웃음이 나면서도 이해가 안 되기도 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농장에서 막일을 하는 농촌 출신 직원들은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전화로나 안부를 물으니 한국이나 미얀마나 쓸쓸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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